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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AL] 일상의 재해석

[ AQAL 도서 ] 자청의 "완벽한 원시인"

'역행자'로 많은 사람의 삶에 파장을 일으켰던 자청 작가의 신작 "완벽한 원시인"을 흥미롭게 살펴봤어요.

책장을 넘기면서 묘한 기시감이 들더군요.

전작이 삶을 변화시키는 '전략'에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그 전략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인간의 조건' 그 자체에 물음을 던지고 있었거든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제가 몸담고 있는 반도체 기업의 숨 가쁜 사무실 풍경이 완전히 새로운 렌즈를 통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책에서 가장 제 시선을 붙잡은 문장은 바로 '진화적 불일치'였어요.

우리는 흔히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이 겪는 불안, 무기력, 번아웃을 개인의 멘탈이나 의지 부족 탓으로 돌리곤 하죠.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의 유전자가 10만 년 전 사바나 초원을 누비던

원시 인류와 99.9% 동일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곱씹게 되었어요.

우리의 몸은 형광등 불빛 아래, 콘크리트 빌딩 속 의자에 하루 10시간씩 묶여 있는데 말이죠.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뇌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메신저 알림을 맹수의 포효로 느끼고,

꽉 막힌 출근길 지옥철의 인파를 적의 포위망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상태를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오해하면서요.

뇌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우리는 그저 정신력으로 버티려 하니 몸과 마음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거죠.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의 조직 문화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제 입장에서는 이 대목이 참 뼈아프게 다가왔어요.

진정한 조직의 혁신은 거창한 구호나 시스템 도입 이전에,

인간이 본래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생물학적, 심리적 조건을 복원해 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거든요.

조직의 문화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진단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사분면이 바로 이 개인의 생물학적 토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마인드셋이나 고도화된 기술을 억지로 더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환경을 걷어내고 꺼져 있는 뇌의 기본값을 다시 켜는 일일 거예요.

저는 매일 새벽 4시 32분, 세상이 깨어나기 전의 고요함 속에서 오롯이 '알아차림'의 시간을 갖어요.

쏟아지는 정보와 외부의 자극을 모두 차단하고 그저 호흡과 존재 자체에 머무는 그 고요한 시간이,

어쩌면 책에서 말하는 원시인의 생존 기본값을 가장 안전하게 복원하는 저만의 의식이었던 셈이죠.

무장해제된 상태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이 훈련이,

전쟁터 같은 현대 사회에서 뇌의 긴장을 풀어주는 가장 훌륭한 해독제라는 걸 책의 논리로 다시금 확인받은 기분이었어요.

 

AI가 세상을 주도하는 거시적인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미시적이고 근본적인 '나 자신의 컨디션'을 잃어버리곤 하죠.

이 책은 겉보기에 거대한 성공과 변화를 다루는 듯하면서도,

결국 그 시대를 관통해야 하는 개인의 내면과 신체 시스템을 아주 통합적으로 조망하게 해 줘요.

 

거대한 시스템의 흐름과 개인의 일상적 건강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고마운 독서였습니다.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에 지쳐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내 안의 '완벽한 원시인'을 조용히 깨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