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QAL] 일상의 재해석

[ AQAL 문화 ]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한 생각

요즘 여러 기업들의 조직문화 혁신 사례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심리적 안전감, 애자일 같은 화려한 키워드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피로감만 느끼는 경우가 많아 보여요. 

왜 그럴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좋아 보이는' 껍데기만 쫓느라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조직문화의 본질은 단순히 벽에 적힌 멋진 문구나 탕비실의 간식이 아니에요. 

리더가 자리를 비웠을 때, 혹은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성원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결정과 행동의 총합이 바로 진짜 문화인 거죠.

여기에 더해, 우리가 종종 놓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바로 그 기업이 영위하는 비즈니스 자체의 본질이에요. 

조직문화는 절대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만능 템플릿이 될 수 없거든요.

제조업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공정과 품질, 안전이 최우선이겠죠. 

그렇다면 제조업의 문화는 철저한 매뉴얼 준수와 현장의 디테일을 챙기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해요. 

반면, 연구개발(R&D) 업계라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실패를 용인하며 긴 호흡으로 기다려주는 문화가 본질일 거예요. 

서비스업이라면 어떨까요? 고객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깊이 공감하는 능력이 조직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아야겠죠.

이렇게 각자의 비즈니스 본질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남들이 다 한다고 제조업에서 갑자기 실리콘밸리식 무제한 자율 출퇴근제만 덜렁 도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삐걱거릴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런 비즈니스의 본질은 진공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에요. 

기업이 처한 대내외적인 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게 돼요. 

글로벌 경제 위기, 챗GPT 같은 신기술의 등장이라는 외부 환경이나, 

핵심 인력이 교체되고 예산이 줄어드는 내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도 조금씩 모습을 바꾸거나 

새로운 생존 방식을 요구받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거창한 비전 선포식이 아니라, 

지금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환경의 파도 위에 있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Awareness)'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말씀드리는 '알아차림'은 어떤 특별한 수련이나 종교적인 뉘앙스의 개념이 아니에요.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현상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관찰하는 메타인지를 발휘하는 것에 가까워요.

우리 회사가 돈을 버는 진짜 방식은 무엇인지, 

최근 시장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압박을 주고 있는지, 

그 속에서 구성원들은 어떤 무의식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거죠. 

 

현상을 방어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아,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은 이런 건데, 지금 환경이 이렇다 보니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구나" 하고 

명료하게 인식하는 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믿어요.

이런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일상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해 나가야 해요. 

겉으로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비즈니스의 본질, 

그리고 보상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없애야만 구성원들이 헷갈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돼요. 

주기적으로 조직의 상태를 거울처럼 비춰보고, 

리더부터 자신의 맹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도 필요하고요.

글을 쓰며 찬찬히 정리해 보니, 

조직문화는 외부에서 뚝딱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네요. 

우리 조직만의 고유한 비즈니스 본질을 정확히 관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대내외 환경을 직시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묵묵히 다듬어가는 기나긴 과정인 것 같아요.

당장 새로운 트렌드를 검색하기 전에, 

잠시 멈춰서 우리 비즈니스의 진짜 모습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가장 강력한 변화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그 찰나에서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