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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AL] 일상의 재해석

[ AQAL 도서 ]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친 작은 문장 하나가, 단단하게 굳어 있던 사고의 틀을 조용히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최근 읽게 된 스즈키 유이 작가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바로 그런 일상 속의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되는 작품이에요.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 책은,

2001년생이라는 젊은 작가가 써 내려갔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깊고 단단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히로바 도이치는 평생을 괴테 연구에 바친 학자입니다.

어느 날 아내와의 식사 자리에서, 무심코 집어 든 홍차 티백 꼬리표에서 낯선 문장을 발견하게 되지요.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분명 괴테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최고의 전문가인 그조차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장이었어요.

흥미로운 점은 출처조차 알 수 없는 이 정체불명의 한 줄이,

도이치가 평생을 바쳐 구축해 온 이론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관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소설은 진짜와 가짜, 권위와 일상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물며 전개됩니다.

책 속에는 니체나 보르헤스 같은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이 등장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난해하게 다가오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조금은 서툰 인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결국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묻고자 했던 것은 '언어의 주체성'과 '통합'이 아닐까 싶어요.

이미 세상에 수많은 명언과 정보가 존재하고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다고 하더라도,

그 텍스트들을 나만의 언어로 체화하고 다시 내뱉을 때 비로소 내 삶의 진짜 진실이 된다는 뜻이겠지요.

분절된 개인의 일상과 파편화된 언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은 결국 맹목적인 권위가 아니라,

대상을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일 것입니다.

 

책에서 말하는 이 '사랑을 통한 혼연일체'라는 메시지는,

제가 개인의 내면이나 조직의 삶을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아침 고요한 공기 속에서 알아차림 명상을 하며 내면의 흩어진 감각들을 온전히 바라보고 하나로 모을 때,

혹은 4사분면의 관점을 통해 조직의 복잡한 시스템과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엮어내려 고심할 때,

제가 궁극적으로 닿고자 하는 지점 역시 이 책의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개별적인 현상들이 각자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온기 어린 시선을 통해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로운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 말이에요.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매일의 삶과 일터에서 끊임없이 발견하고 다듬어나가야 할 '나만의 진짜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타인의 언어가 범람하는 지금,

흩어져 있는 일상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줄 단 하나의 문장은 무엇일지 조용히 돌아보게 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를 지탱하고 있는 언어와 의미들에 대해 차분히 사유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가만히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