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산수유, 매화, 진달래, 개나리와 함께 봄을 상징하는 반가운 꽃이지요.
그 화사하고 눈부신 자태와는 달리, 벚꽃은 말 그대로 잠시 피었다가 지고 마는 짧은 생명을 지니고 있어요.
게다가 그 짧은 머묾의 시간 동안 날씨마저 거친 한몫을 거들곤 해요.
꼭 비바람을 동반한 매서운 꽃샘추위가 한두 번씩 몰아치며 여린 꽃잎을 흔들어 놓으니까요.
어쩌면 그토록 찰나에 머물다 흩어지기에, 우리가 벚꽃을 더욱 예쁘고 귀하게 여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제는 차분한 봄비가 내렸어요.
빗방울의 무게를 못 이긴 벚꽃들이 한 잎 두 잎 바닥으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그래도 아직은 반 이상 꿋꿋하게 가지를 쥐고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주말이면 바람을 타고 모두 떨어질 것만 같아요.
하지만 벚꽃나무는 그저 꽃을 떨구는 데서 멈추지 않아요.
화려했던 꽃잎을 미련 없이 바닥으로 내려놓으며, 그 자리에 조용히 잎사귀를 내밀기 시작하지요.
우리의 마음이 눈에 띄고 자극적인 것에 먼저 끌리듯 화사한 벚꽃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가도,
어느새 꽃을 뒤로하고 수줍게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의 묵묵한 생명력을 마주하게 되어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으면, 봄을 지내는 우리의 마음도 이와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려하게 피어나는 감정의 고조도, 궂은 비바람에 흩어지는 아쉬움도,
그리고 그 모든 시끌벅적함이 지나간 자리에 차분하게 돋아나는 고요함도 모두 순리임을 알아차리게 되어요.
화려함이 지나간 자리에 돋아나는 수줍은 새싹처럼, 우리의 내면도 그렇게 한 뼘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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