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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AL] 일상의 재해석

[ AQAL 도서 ] No Boundary를 읽고!

이 책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쉽게 넘기기에는 묘하게 걸리는 문장들이 많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남는다.

나는 어디까지를 ‘나’라고 느끼고 있는가.


윌버는 인간의 의식을 “경계를 그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몸과 환경을 나누고,
감정과 생각을 나누고,
나와 타인을 나눈다.

 

그 경계 덕분에 우리는 살아간다.
현실을 구분하고, 역할을 수행하고,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경계를 실제보다 더 단단하게 믿기 시작할 때다.

 

나와 감정을 분리하고,
나와 타인을 분리하고,
결국 나와 세계를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느낀다.

 

이때부터 긴장이 생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중 하나는 에고가 경계를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저런 사람이 아니다.

 

이 구분이 쌓이면서 하나의 ‘나’가 만들어진다.

그 자체가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과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경계가 고정되면 다른 가능성은 차단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나는 저건 못하는 사람이니까.

 

그 말 속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다.


윌버는 다양한 심리학과 영성 전통을 연결하면서 경계가 점차 확장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몸 중심의 정체성에서 시작해 점점 더 넓은 자아로 확장되고,
마침내 나와 세계의 구분이 흐려지는 경험까지 이어진다.

 

명상을 하다 보면 이 설명이 낯설지 않다.

호흡을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나와 호흡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관찰하는 나와 대상이 분리되지 않는 느낌이 스친다.

 

그 순간, 경계는 잠시 느슨해진다.


문제는 그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생각이 올라오고,
다시 역할이 시작되고,
다시 나는 나로 돌아온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경계를 없애야 한다기보다
경계를 ‘절대화하지 않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경계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순간 스스로를 좁히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조직을 떠올렸다.

 

부서 간 경계,
직급 간 경계,
역할 간 경계.

 

이 경계 덕분에 조직은 돌아간다.
그러나 그 경계가 고정되면 협업은 어려워진다.

 

“그건 우리 일이 아닙니다.”


이 문장은 조직의 가장 단단한 경계 중 하나다.

개인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내 역할, 내 자리, 내 책임이라는 선이 어느 순간 가능성을 제한한다.


나는 어디까지를 나라고 보고 있는가.
나는 어떤 경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 경계는 정말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No Boundary는
경계를 없애라고 말하는 책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경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라고 권하는 느낌에 가깝다.

보는 순간 조금 느슨해진다.

조금 느슨해지면 조금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작은 틈에서 다른 가능성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