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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테마

술을 덜 마시는 시대, 주류 산업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사회적 변화가 있다.
바로 건강을 위해 술을 줄이려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술을 잘 마시는 것이 사회생활의 능력처럼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굳이 술을 마실 필요가 있나?”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다.

술을 완전히 끊지는 않더라도 의식적으로 음주를 줄이거나 술 없는 생활을 실험해보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건강 트렌드가 바꾼 소비

 

몸에 해로운 것을 피하려는 흐름은 사실 술보다 먼저 담배 산업에서 나타났다.

미국의 흡연율은 1960년대 40%를 넘었지만 2021년에는 11.6%까지 떨어졌다.

특히 젊은 층의 흡연율은 3.8%에 불과하다.

한국도 비슷하다. 2024년 기준 전체 흡연율은 16.7% 수준까지 내려왔다.

표면적으로 보면 담배 산업은 붕괴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세계 최대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의 지난해 매출은 406억 달러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도 273억 달러11.1% 늘었다.

 

비결은 명확하다.

연초에서 전자담배로의 전략적 전환이다.

PMI의 전자담배 브랜드 아이코스(IQOS)를 포함한스모크 프리제품 매출은 169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43%를 차지한다.

한국의 KT&G 역시 지난해 매출 65700억 원, 영업이익 134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 소비가 줄어도 산업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


콜라도 같은 길을 걸었다

 

비슷한 변화는 탄산음료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코카콜라는 비만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큰 위기를 겪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콜라 퇴출 운동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위기를 새로운 제품으로 돌파했다.

바로 제로 슈거제품이다.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설탕을 제거한 전략이다.

그 결과 코카콜라 매출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479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제로 슈거 제품 매출은 14% 성장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건강 트렌드를 거스르지 않고 제품을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술은 다르다

 

문제는 주류 산업이다.

담배는 니코틴을 추출한 전자담배가 등장했고, 탄산음료는 설탕을 제거한 제로 제품이 등장했다.

하지만 술은 구조적으로 같은 방식의 혁신이 어렵다.

술의 핵심 성분은 알코올이다.
알코올을 제거하면 술의 정체성이 사라진다.

물론 무알코올 맥주나 와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이것은 술의 대체재라기보다 술자리 분위기를 위한 음료에 가깝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 취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류 산업은 담배나 음료처럼 단순한 제품 혁신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일본 사케가 찾은 해법

 

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바로 일본 사케 산업이다.

사케 역시 오랫동안 소비 감소를 겪었다.

젊은 세대가 외면하면서 소비량은 전성기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

하지만 사케 업계는 전략을 바꿨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한 것이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닷사이(Dassai).

닷사이는 쌀을 얼마나 깎아내느냐에 따라 정미율 등급을 세분화하고, 와인처럼 음식과 페어링 문화를 만들었다.

, 사케를 단순한 술이 아니라 미식 경험으로 재정의했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일본주조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케 수출액은 459억 엔으로 전년 대비 6% 증가,
수출 물량도 3355만 리터8% 증가했다.


한국 주류 산업이 가야 할 길

 

한국 주류 시장에서도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증류식 소주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담배가 전자담배로 변신했고
콜라가 제로 슈거로 진화했고
사케가 미식 문화로 재탄생했다.

결국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시는가?”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라면 주류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러나 술을 경험, 문화, 공간의 가치로 재해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와인 바, 위스키 바, 사케 페어링 레스토랑이 성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 이상의 무언가

 

과거 주류 산업은 흔히 물장사라고 불렸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술을 마시기 위해 술을 찾지 않는다.

경험을 위해, 분위기를 위해, 문화를 위해 술을 찾는다.

건강 트렌드가 확산되는 지금, 주류 산업은 역설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알코올 없이도 술의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 살아남는 주류 기업은
술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경험을 파는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