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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AL] 일상의 재해석

[ AQAL 도서 ] 내면소통 5장

내면소통을 읽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마음근력이다. 앞선 장에서 마음근력의 필요성을 설명했다면, 5장에서는 그 마음근력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장의 중심에는 한 가지 중요한 능력이 있다. 바로 자기조절 능력이다.


자기조절 능력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

김주환 교수는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로 자기조절(self-regulation)을 강조한다. 자기조절은 단순히 참는 능력이나 의지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기조절은 여러 요소가 결합된 능력이다.

  •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다루는 능력
  •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
  • 원하는 목표에 주의를 유지하는 능력
  • 장기적인 관점에서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

이 능력이 강한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한다. 감정이 올라와도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반대로 자기조절 능력이 약한 경우에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며 감정과 행동이 연결되어 버린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꾸준히 확인되어 왔다. 대표적인 연구가 바로 Stanford Marshmallow Experiment이다. 이 연구는 어린이에게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기다리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 실험이다.

당장의 만족을 미루고 기다릴 수 있었던 아이들은 이후의 삶에서도 더 안정적인 학업 성취와 사회적 적응을 보였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김주환 교수는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자기조절 능력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장기적 결과와 연결된 중요한 심리적 역량임을 설명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는 것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조절한다는 말을 들으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떠올린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하고, 불안해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주환 교수는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감정을 억압하면 뇌는 그 감정을 더 중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반응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등장한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 사이의 차이다.

감정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지금 화가 올라오고 있구나’, ‘지금 불안이 올라오고 있구나’라는 식의 인식이다.

이러한 알아차림은 뇌의 상위 조절 기능과 연결된다. 감정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고 감정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과도한 반응이 완화되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다.

즉 감정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루는 능력이 중요하다.


마음근력의 핵심은 주의력이다

김주환 교수는 마음근력의 핵심 요소로 주의력(attention)을 강조한다.

주의력은 인간의 정신 활동을 조율하는 중심 기능이다. 우리가 무엇에 주의를 두느냐에 따라 감정과 생각의 방향이 달라진다.

주의력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쉽게 나타난다.

  • 생각이 계속 흘러가며 멈추지 않는다
  • 감정이 쉽게 증폭된다
  •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는다

반대로 주의력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마음의 움직임이 훨씬 명확하게 보인다.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고,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마음근력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주의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음근력은 훈련을 통해 강화된다

이 장에서 강조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마음근력이 훈련 가능한 능력이라는 점이다.

주의력을 안정시키고 자기조절 능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김주환 교수는 명상과 호흡 훈련을 소개한다. 특히 호흡에 주의를 두는 간단한 훈련은 마음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기초적인 방법이 된다.

호흡에 주의를 두고 있다 보면 생각이 떠오르고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단순한 훈련이 반복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 감정 반응에 대한 인식이 빨라진다
  • 충동적인 행동이 줄어든다
  •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과도 관련되어 있다고 설명된다. 반복적인 주의 훈련은 뇌의 기능적 연결을 변화시키며 자기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다루는 힘

《내면소통》 5장은 인간의 삶을 바꾸는 능력이 외부 환경이나 조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능력에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감정을 없애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완전히 멈추는 것도 아니다. 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을 알아차리고 그 흐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 그것이 마음근력의 핵심이다.

결국 자기조절 능력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반복적인 훈련과 알아차림을 통해 조금씩 강화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다.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힘이 길러질수록 우리는 환경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의 방향을 선택하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