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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AL] 일상의 재해석

[ AQAL 도서 ] “옳은 실패”

 

최근에 읽은 책은 옳은 실패.
원제는 Right Kind of Wrong.
저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에이미 에드먼슨.


조직심리학과 리더십,

특히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연구로 잘 알려진 학자다.
2023
년에 출간된 비교적 최신 저서다.

 

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패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라는 것.
모든 실패가 같은 실패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실패를 구분한다.

 

첫째, 예방 가능한 실패.
이미 알고 있는 영역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실패다.
이건 학습의 대상이라기보다 관리와 점검의 대상이다.

 

둘째, 복합적 실패.
여러 요인이 얽혀 시스템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다.
개인을 탓하기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셋째, 불확실한 영역에서의 실험적 실패.
아직 답이 없는 문제에 도전하다가 생기는 실패다.
저자는 이것을옳은 실패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학습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직은 이런 실패를 억압하기보다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를 줄이는 조직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기본적 실수와
새로운 시도를 하다 넘어지는 실패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난 뒤, 마음 한켠이 조금 불편했다.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옳은 실패는 없다.

실패는 실패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고 어딘가는 손실이 발생했다.

그 순간의 이름은 여전히 실패다.

 

우리는 실패를 너무 빨리 미화하는 건 아닐까.
그때의 실패가 나를 만들었다.”
의미 있는 실패였다.”

하지만 그 말은 늘 사후적 해석이다.

 

실패가 옳았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다시 해석했기 때문에 의미가 생긴 것이다.

 

여기서 나는 단어를 바꿔보고 싶다.

실패가 옳은 것이 아니라 경험의 의미가 커진 것은 아닐까.

실패는 결과에 붙는 이름이고,
경험은 그 결과를 통과한 뒤 남는 것이다.

 

실패는 자동으로 경험이 되지 않는다.
곱씹고, 분석하고, 감정을 정리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끝까지 따라가야 비로소 경험이 된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실패는 그냥 상처로 남는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없으면 사람들은 실패를 숨긴다.
숨겨진 실패는 반복된다.
반복되는 실패는 학습이 아니라 비용이 된다.

 

하지만 실패를 데이터처럼 다룰 수 있다면,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시스템의 신호로 읽을 수 있다면,
그때 실패는 경험 자산이 된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옳은 실패는 없다.
그러나 통합된 실패는 있다.

통합되지 않은 실패는 좌절이고 통합된 실패는 경험이다.

 

결국 성장을 만드는 것은 실패의 종류가 아니라
실패를 해석하고 통합하는 우리의 역량이다.

 

실패는 여전히 아프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 실패를 나는 단순한 결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경험으로 재구성할 것인가.

 

아마 성장의 차이는 실패의 크기가 아니라

해석의 깊이에서 갈릴지도 모른다.